Donghoon Gang is an artist, composer, and resear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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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6.04.2026



Quick Mix_2024 0:00 / 23:39


The Lamp and the Bread

Playlist for MMCA Foundation
Dec. 2025


램프와 빵

— 겨울 판화 6

기형도


고맙습니다.

겨울은 언제나 저희들을

겸손하게 만들어주십니다.

짧은 세 줄만으로 완벽한 겨울을 묘사한 이 시는 기형도 시인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린 ‘겨울 판화’ 연작 가운데 여섯 번째 작품이다(시집에서는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수록된다). 작가는 2018년 독일에서 맞은 첫 겨울 이후, 매해 겨울의 초입이 되면 이 시집을 새로 구입해 읽고,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하며 안부를 건네는 일종의 의식을 반복해왔다.


해당 시집은 처절하고 가혹한 세계를 통과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이유 없는 따뜻함을 숨기듯 건네준다. 겨울 바람의 혹독함, 삶들이 잠시 쉬어가는 고요함, 그 위를 덮는 차갑지만 따뜻한 눈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음악의 역사와 함께 묘사해온 ‘겨울’은 한 해의 끝이자 다가올 시작 직전의 계절이기에 누구에게나 복잡하게 다가온다.


각자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겨울을 맞이하더라도, 우리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삶을 지탱하게하는 최소한의 식량과 그 삶을 나아가게 만드는 최소한의 빛—즉, 빵과 램프이다. 램프를 밝히기 위한 빵이 먼저인지, 빵을 찾기 위한 램프가 먼저인지에 대한 대답은 그날의 겨울이 품고 있는 서늘함 혹은 아이러니한 따뜻함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작가가 실제로 겨울마다 즐겨 듣는 곡들로 구성한 약 두 시간의 음악들이며, 각자의 겸손한 겨울을 위하여 곡별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모두에게 감사한 겨울로 기록되기를 바라며.

2025년 11월 30일

강동훈